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작가의 이름이 나의 이목을 끌게 되어서 손이 갔었다. Ann Ledwith, John Ledyard, Francis Leeber 사이에 Chang-rae Lee라는 글씨가 갈색 바탕에 금색으로 버젓이 씌여 있었다. 이창래? 책의 커버에는 중절모를 쓴 사람의 바랜 사진이 보였다. 뒷배경에는 자작나무와 같은 나무들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만약 책의 겉표지가 독자로 하여게끔 그 책으로 이끌리게하는 유일한 도구라면 이 책의 겉표지는 절대 화려하거나 호기심을 일으키게하는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이창래라는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쉽사리 무심코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책은 비쥬얼적인 자극이 지배적인 이 세상에서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 드믄 아이템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수많은 책들 중에서 벌이 형형색의 꽃에 매혹되듯이 화려한 겉표지에 이끌리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는 엄격하게 책의 내용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용이 충실할 수록 겉표지 디자인의 자극요소가 요구되지 않는 것이 책이기에 이 것에는 예술적인 자유로움이 어느정도 허용된다. 따라서 나는 도서관이나 서점을 들렸을때 책의 제목과 커버 디자인을 둘러보는 것을 즐겨한다. 참으로 역설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 커버 디자인을 도서관에서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마음 속에서 떠도는 느낌을 꼬집어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끝마친 지금 다시 바라볼 때 나는 그 것이 두가지 느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과를 하지 않는 것과 겸손함. 과거의 많은 경험이 있고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은 자신을 애써서 나타내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장황하게 자신에 대해 남을 설득시키려는 노력을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지에 보이는 사람의 쓸쓸한 뒷모습은 주인공 Franklin Hata이 빈 공간을 차지하는 제스쳐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책의 속표지를 열어서 저자의 소개를 읽어 보았다. 이 책의 원본이 한글로 쓰인 것을 영어로 번역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영어로 쓰인 것인지 궁금하였다. Chang-rae Lee는 현재 프린스튼 대학교의 교수로 있는 교포 2세이었다. 그는 29세의 나이에 첫 책을 썼으며 현제 4권의 책을 출판하였다. 나는 호기심과 기대 속에 책을 시작하였다.
책은 미국의 작은 마을 Bedley Run이란 곳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Franklin Hata는 이 마을에서 작은 약품 상점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고소득층에 속하는 동네에서 고급저택에 살며 마을에서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일본 학교로 진학하였으며 세계2차대전에 일본 위생병으로 참여하여 버마로 파병되었었다. 그는 그 이후로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현재 70세 나이까지 한 곳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그는 Sunny를 일본에서부터 입양하여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려 하였으나 피아노를 열씸히 배우던 Sunny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점점 내성적이고 반항적이게 성장하며 되며 미성년자의 나이에 낙태를하고 끝내는 집을 나가서 아버지와 연락을 두절하게 된다. Mary Burns라는 과부와 관계를 한동안 갖지만 그녀는 Hata의 “immaculate calmness”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를 떠나고 만다.
그는 계속하여 50여년전 전쟁 동안에 겪었던 많은 기억을 현재와 병행하여 산다. 그는 부대일원들을 위해 정신병대의 여자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그 와중 ‘K’라는 여자와 일방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30여명의 군병들에게 강간을 당하며 죽음을 맞는다. 그는 그 외에도 전쟁의 많은 비참함과 끔찍함을 목격하게 된다.
이 책은 삶의 방식에 대한 책이다. Hata는 일본이 전쟁을 통해 범아시아적인 세계를 조성하려는 운동에 참여를 하였었다. 일본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다른 민족으로 하여게끔 강제로 받아드리게 하는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 그 이후로 Hata는 미국이라는 자유로운 나라로 오게된다. 자유로운 나라이긴 하지만 그는 이방인, 또는 소수민족으로써 그는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동화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어쩌면 지나칠 수도 있다. Sunny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Sunny로 하여게끔 그를 거부하게 한다. 지나친 예의바름과 형식은 Mary Burns로 하여게끔 거리를 조성하게 하고 배우자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즉, 그는 생활의 규칙과 통상과 틀을 통하여 무엇인가 한 부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는 전쟁을 통하여 다른 사회를 향한 한 사회의 강제적인 생활 방식을 보았고 그 과정을 통하여 세상의 불안정한 속성과 인간의 악하고 잔인한 면을 보았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그 모호한 삶의 틀이란 것을 살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그 정의할 수 없고 피부에 와닫지 않는 모호함 속에서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느끼고 세상에 반응을 하여야 하는지 잃었던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서 부터 소수민족이게 된것이다. 그는 Sunny의 아들 Thomas, 자신의 손자와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일상적인 모습은 뒤바뀌어 간다. 그는 미국의 삶을 상징하던 자신의 집을 팔고 결국 Bedley Burns에서 밖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이 책의 몇가지 인상 깊었던 면 중의 하나는 이창래씨의 풍부한 어휘와 독창적인 표현 능력이다. 언어의 미묘한 구사를 통하여 Hata가 겪고 있는 내심적인 갈등을 탁월하게 묘사하였다. 또한가지는 과거와 현재와의 동선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통하여 충격적인 기억의 손아귀의 영향과 그것으로 부터의 극복이 간소화 된 사건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활의 여러 면을 통하여 보여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예전에는 미국의 한국 2세 작가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소설 인물을 한국계 아니면 동양계로 국한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었다. 하지만 나는 소설 내내 Hata가 한국 인물이라던지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망각할 정도로 인물의 내적 갈등은 우주적인 것이라고 느껴졌다. 즉, 가장 작가의 가슴에 가깝게 와닷는 것이 인간의 우주적이고 근본적인 느낌이고 또 독자의 가슴에 가장 가깝게 와닷는 것이다.




